마피아경영학/ V/ 황금가지/ 2012


 프란시스 드 코폴라의 영화 대부를 보면 이탈리아의 시칠리아라는 한 섬에서 시작된 마피아가의 일대기가 그려진다. 매력적인 배우 알 파치노가 마피아의 대부로 성장하는 내용이 대부 1, 2, 3으로 이어진다. 보스에 대한 충성과 경쟁자에 대한 가혹한 처벌, 주위의 경외심으로 만들어지는 대부의 삶은 흥미롭고 어떤 점에서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대부를 보기 전에 영웅본색을 먼저 만나면서 갱들의 의리에 대해 동경을 먼저 가지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런 점에서 마피아 경영학이란 책은 내용과는 별개로 그런 영화 속의 그림들이 그려져서 냉큼 집어올렸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제목처럼 경영학이라기보다는 조직에서의 처세술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현대사회의 회사_조직_는 실상 마피아의 조직과 본질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인간의 욕망과 그 욕망의 군집에서 만들어지는 행동들은 어디서나 그 본질은 비슷하기때문이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제 1부는 자기경영, 2부는 타인경영, 3부는 그 밖의 문제로 나뉘어져 있다. 목차와 그 목차의 주제들을 보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무리 없이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한 문장들로 내용을 요약해서 보여주고 있다. 


 정상에 오른 이들의 대부분은 다른 사람을 관리하는 기술의 달인이다. 이런 재능의 일부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며, 또한 경험을 통해 얻어낸 부분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하 것은, 세상의 혹자들이 지니고 있는 성공에 대한 날카로운 안목이 그런 재능의 일부에 반영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보통 회사에서 직급이 올라가서 하게 되는 일은 매니저역할이다. 처음에는 소규모 팀을 매니지먼트하고 그 다음에 그 소규모 팀들을 관리하는 일을 하게 되고 종국에는 회사 전체를 관리하는 역할로 차츰차츰 올라가게 된다.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져 있고 내 일을 위임해서 일을 처리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야 보다 많은 일들을 할 수가 있게 된다. 고로 성공_사업의 확장이나 세력의 확장을 포함한_은 다른 사람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성공한 기업체 간부들과 사업계 거물들의 경영 기술을 탐구하고 분석한 책은 시중에 넘칠 듯이 많이 나와 있다......이런 책들은 한 가지를 간과하고 있다. 즉 자본주의역사 속에서 어느 카르텔 이상으로 규모가 큰 동시에 수익성이 으뜸이고 생명력이 강한 카르텔을 지휘한 이들의 정제된 지식말이다. 이는 다름아닌 마피아, 라 코사 노트스라, 신디케이트, 모브, 아우트피트 등등의 십여가지 명칭으로 불리는 조직 범죄 집단이다. 


이 마피아 경영학은 “V”라는 익명의 저자가 쓴 글이다.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아마도 이런 조직에 몸담았던 이였으리라. 성공한 기업의 요인을 안으로, 안으로 파고 들어가보면 인간의 본성과 역학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있다. 성공한 기업이 얼마나 오래 갈 것인가? 보통 기업의 수명이 10여년을 넘나든다고 할 때, 마피아보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오래된 조직이 얼마나 있을까. 이 책은 기업보다 오랜 세월 세력확장과 성공을 거듭한 마피아 조직의 지도철학과 수뇌부의 생각들을 담았다. 


 당신네의 임무나 우리네의 임무의 경우나 초심자가 지켜야 할 원칙은 간단하다. 입을 꾹 다물고 지낼 것. 항상 눈을 크게 뜰 것. 바지 지퍼를 잠글 것. 들은 대로 행동할 것.


책을 읽는 내내 나오는 얘기는 인내하고 침묵하고 자신을 많이 드러내지 말라고 한다. 조직의 초심자는 입을 꾹 다물고 주위를 살피라는 내용은 현대 사회의 초 일류 기업에서의 행동요령과 다르지 않다.


 명령을 내리는 자리에 오르기 전에는 복종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유능하건 유능하지 못하건, 복종하는 법을 익히지 못한 자는 부하로 삼지 말라. 특히 그 부하가 유능한 자일 경우에는 문제가 심각하다...... 두목과 만나는 자리에서는 어서 말해 보라는 요구가 있을 경우에 말하되 ‘두목의 입장’에서 말하도록 하라. 그런 상황이 아닐 때에는 계속 침묵을 지켜라.


두목이라는 단어를 상사로 교체해서 읽어보자. 인재가 자산이라는 요즈음에는 회사에 대한 로열티(loyalty)를 상당히 중요한 덕목으로 보고 있고, 상사의 입장에서 말하라는 얘기는 오래된 선배가 회사의 생활에서 성공하는 비법이라고 알려주는 이야기들과 흡사하지 않은가. 보고서를 쓰더라도 상사의 입장에서 쓴 보고서여야 하고, 반대의견을 제시한다면 상사가 말한 그 안건에 대한 반대가 아닌 상사가 일을 진행하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여러 가지 난관에 대한 반대_거기에 대한 대안도 있으면 좋다_를 담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인간성은 예측 가능하다. 인간은 자극과 동기에 반응한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구시대의 가치 기준을 믿는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 기준 가운데 주요 기준은 탐욕과 공포심이다.


마피아와 기업의 조직이 다르지 않은 것은, 구성원이 인간이라는 것에서 출발한다. 조직구성원들이 믿는 가치 기준이 탐욕과 공포심이라는 말에 순간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탐욕이라는 것은 사람들의 성장욕구 확장이고, 공포심은 사람관리 비결의 요체인 존경심의 다른 표현_책에서는 공포심은 존경심이 절정에 달한 상태라고 한다_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극단적인 비약은 아닐 것이다.


 효과적인 시간관리란 일하는 순간순간을 최고의 시간대로 만든다는 걸 의미한다. 동시에 하루 중의 몇 시간, 일주일 중의 며칠, 일 년 중의 몇 주일은 일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대를 확보한다는 걸 뜻한다. 이는 일벌레를 제외한 모든 이에게 효과적인 시간관리의 목표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영리하게 일하되 무리하게 하지 말라.


시간관리를 잘 한다는 것은 짧은 시간이라도 그 순간을 최고의 시간으로 만들기위해 열정을 다하라는 말로 들린다. 하루를 25시간으로 늘릴 수 없다면 자기를 둘러싼 일들을 모두 떠안지는 말자. 위임이 가능한 일이라면 위임하고 자신이 최선의 열정을 다할  수 있는 부분에 쏟아내는 것이 상식선에서 접근이 가능한 시간관리가 아닐까. 저자는 다른 사람에게 갈 수록 많은 일을 더 위임하라고까지 말한다. 차후에는 그 사람을 관리하는 것으로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적이 없는 사람은 자질이 없는 사람이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예수조차도 수없이 많았다.

항상 최악의 적을 염두에 두어라. 그러면 좀처럼 그릇 판단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복수는 기껏 잘 먹어 봤자 차가운 음식일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사회생활하면서 적이 없는 사람이 어디있겠어요?” 그렇다. 누구나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예수님도, 부처님도 적은 존재했다. 성인의 경지에 오른 이들도 적이 즐비한데, 실수가 나오기 마련인 일반사람들은 오죽할까. 단, 사회_조직_생활에서는 최악의 적을 염두하고 적을 두려워해야 더 큰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졸개들은 대부분 자신이 어느 정도 가치 있는 인간인지 잘 모른다. 주로 부관들을 통해서, 졸개들에게 자신이 다소나마 가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줘라......말을 바꾸면, 당신을 위해 행하는 일로 자신의 인생에 의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앞에서 두목이라는 단어를 상사로 바꿔 읽어보았듯이, 이번에는 졸개라는 단어를 직원으로 바꾸어서 읽어보자. 맡겨진 일에 자발적으로 열의를 갖게 만들어서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끼도록 만들라는 말인데, 자신이 직원이라는 위치에 있다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타인 경영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좀더 자극적인 말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외부인이 당신의 조직원에게 이의를 제기했을 경우에, 그가 누구건 상관없이 당신의 조직에 속한 자가 늘 옳다. 외부인이 아니라 당신의 졸개한테 잘못이 있을지라도 당신의 졸개가 옳다. 잘잘못은 나중에 당신과 졸개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따지면 된다.


일상 속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하는 일은 비일비재하게 늘 일어난다. 그런 의미에서 잘잘못에 상관없이 당신의 조직에 속한 자가 늘 옳다라는 말은, 사람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중요한 이야기이다. 그들의 이익과 당신의 이익을 동일시 할 수 있고, 조직원의 충성심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놓치지 말아야 하는 내용인 것이다. 앞서에도 말했지만 성공하는 사람은, 사람을 관리하는 자리에 올라간 이들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위임과 그 위임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사람임을 잊지 말자. 


모든 규칙은 독단적인 경계선일 뿐이어서 모험심이 강한 사람들이 걸려들게 되어 있다. 규칙을 깨려고 하는 자들, 이들이 결국에 가선 가장 우수한 직원임이 밝혀진다.


규칙은, 여기까지는 안전하다라는 경계선(Borderline)을 알려준다. 하지만 안전한 경계 안에서 안주하고만 있다가는 도태되기 마련이다. 안정화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어떤 사건도, 어떤 성장도 일어나지 않는다. 규범을 어기라는 얘기가 아니다. 열정적으로 기존 규칙을 더 진화시켜 자신의 것으로 해석할 때 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시행하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피를 부르는 야만적인 행동은 적의 완전한 궤멸을 목표로 한 것이라는 얘기다. 성공을 위해 기꺼이 대가를 치를 마음이 없는가? 친절한 사내, 좋은 사내가 되려고 해서는 사무실 바닥에 고급 카펫을 깔 날이 요원하다. 사랑받기를 원한다면 차라리 개를 한 마리 키워라.

 권력투쟁에서 도덕성 운운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얘기이다. 조직 내부의 적이건 외부의 적이건 그들은 당신이 그들을 바라보는 관점과 마찬가지 관점에서 당신을 바라본다. 그리고 당신을 해치려고 하는 자신의 행동을 고결한 행동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권력 투쟁에서 당신은 전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하며, 가능한 한 목표에 이르는 지름길이자 경제적인 길을 모색해야 한다.


지독히도 현실적이고 원색적인 책이다. 인간의 본성인 탐욕과 허영, 공포를 통한 역학관계의 처세술 이야기들이다. 책을 덮는 순간,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사마천의 사기를 다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군상의 집합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르지 않았다. 직장을 총성없는 전쟁터라고 하지 않았던가. 총성있는 직장을 가진 자들이 마피아다. 실체화된 무기를 가지고 있는 자들과 실체화된 무기 대신 이성과 논리로 경쟁자들과 싸우는 현대의 직장인들에게 원색적으로 조언하는 '마피아 경영학'이었다.


마지막으로 나를 포함한 사회에서 성공이라는 권력에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아래 문장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여기 문장 말미에 있는 “당신”이 꼭 나였으면 하는 바람과 다짐으로 말이다.  


 권력은 인간한테 암세포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권력을 손에 넣으면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강해지면서, 이전까지 지니고 있었을 쓸만한 여러 재질이 자취를 감추는 일이 벌어진다. 결국 조만간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는 느낌만이 남는다, 완전히 안으로 웅크린 자아만이 남는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 자는 극히 드물다. 그렇다. 당신이 바로 그런 사람이 되도록 하라. 

Posted by 까망봉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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